식물에 관심 갖고 애정을 쏟는 시민 문화가 기후․환경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br>도시 식물 종 다양성을 확보하고 희귀·멸종위기 식물을 연구 및 보전하는 식물원
코로나19 유행을 기점으로 자연에서 답을 얻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져
다양한 전시 및 체험프로그램으로 여러 연령층의 시민이 식물을 문화로 즐기는 분위기 형성
코로나19로 인해 절반 밖에 운영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방문자 1천4맥만 만 명 달성
'서울이 공원이며 시민이 공원의 주인'이라는 모토아래 서울식물원은 시민 가까이에서 식물이 전하는 안식과 위로, 배움과 영감을 주기 위해 조성됐다. 도시 정원문화 확산의 교두보이자 평생교육 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서울식물원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가드닝(정원을 가꾸기)을 처음 접하는 입문자부터 전문가까지 생애주기·수준별로 세분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가드닝문화의 허브이자 녹색도시를 지향하는 서울식물원은 50만4000㎡ 공간에 온실, 야외 주제정원과 호수, 습지 등을 갖추고 도시민이 일상에서 식물을 즐길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해 1월 부임해 종 보전, 생물다양성 확보 등의 전문적인 기능부터 온오프라인 모두를 활용한 프로그램 개발로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과의 소통을 즐기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는 한정훈 원장을 본지 창간 2주년 특집호에 만나본다.
-식물원의 2022년 주요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일반적으로 식물원은 식물 연구, 종 보전 등의 미션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도시 가운데에 위치한 서울식물원은 연구, 보전 이전에 식물 전시, 교육을 통해 식물에 대한 시민 관심을 높이고 식물문화를 확산하는데 큰 역할이 주어져 있습니다. 식물에 관심 갖고 애정을 쏟는 시민 문화가 결국 식물 종 보전, 우리가 직면한 기후․환경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풀어줄 수 있기 때문에 서울식물원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온라인에 집중되었던 교육을 소규모이더라도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한편 5월부터는 제2회 식물정원 식재설계공모전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단발적인 행사가 아니라 연중 시민이 정원을 즐기고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 시킬 계획입니다. 그밖에 시즌별로 온실, 주제정원에 특별한 식물 전시를 진행할 뿐 아니라 매년 프로젝트홀에서 선보이는 미술 작품 전시도 온․오프라인으로 생생하게 선보일 예정에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의 식물원은?
코로나19로 인해 모두들 방문객 수 가 현저히 줄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서울식물원 방문자 분석 결과, 코로나19 이후 서울식물원 방문객이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아무래도 실내 활동을 하기 어렵다보니 비교적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야외를 선호하는 경향이 생긴 데다 사람 간 대면할 기회가 줄어들면서 식물을 찾는 분위기(반려식물 유행 등)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유행을 기점으로 환경을 파괴하기만 했던 인간이 결국 식물, 자연에서 답을 얻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서울식물원도 시민에게 활력을 주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치유의 공간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미래세대가 식물에 관심을 갖고 나아가 생물종다양성, 환경 보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인식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식물 전시, 교육을 지속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2019년 5월, (임시)정식 개방이후 만 3년 되었는데 시민들의 반응?
정식개발 2019년 5월 1일부터는 1,356만명, 임시 개방 2018년 10월 11일부터 약 42개월 동안 1,612만명의 많은 방문객들이 서울식물원을 찾아주셨고, 그만큼 반응이 좋았다고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1천 4백만 방문이 서울식물원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식물, 식물문화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단편적인 척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식물원, 수목원 분야의 성장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도 할 수도 있겠습니다.
-서울식물원 방문객이 1400만 명을 달성했다. 인기 비결이 뭔가?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절반 밖에 운영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2018년 10월 임시개방 이후 2년 반 만에 빠르게 방문자 1천4맥만 만 명을 달성했습니다. 국내에 없던 식물문화를 선도하고 인기를 얻은 점에는 공감하지만 100% 서울식물원이 운영을 잘 해서 관심을 모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때마침 시민들이 식물, 식물원에 대한 갈증과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에 적절히 조성이 됐고 어느 정도 시민 눈높이, 기대 수준에 맞춰 적절히 운영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주로 방문하나?
서울식물원의 방문객 추이를 보면 시간대와 요일별로 방문해주시는 분들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평일 오전에는 식물원 주변 거주 주민들이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을 위해 많이 방문하고, 이후에는 단체방문객(학생, 어린이집 등)이나 장년층 방문객이 많고, 점심시간에는 인근에 직장에서 근무하시는 근로자들이 가볍게 점심식사 후 산책하는 목적으로 많이 방문했습니다. 오후 6시 이후에는 하교 및 퇴근 등 일과 후에 가족단위의 방문객들이 많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유아를 동반한 가족단위의 방문객과 연인 등 젊은층에 방문객이 많은 수를 차지합니다. ‘꽃을 좋아하면 나이가 든 것’ 이라는 말이 있듯 과거에 식물은 중장년층이 좋아한다는 인식이 있었었지만 지금 서울식물원을 방문하는 시민은 평균 30~40대, 20대도 많습니다.. 그만큼 이제 ‘식물’ ‘식물원’이 대중의 영역으로 들어왔고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이 식물을 문화로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라고 판단됩니다.
-기후변화와 재난 등에 대비한 식물유전자 보전 정책과 계획은?
도시형 식물원이지만 식물연구소(연구실험·조직배양실 등 보유), 재배온실, 종자저장실을 두고 운영하면서 도시 식물 종 다양성을 확보하고 희귀·멸종위기 식물을 연구 및 보전하는 식물원 본연의 역할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식물원은 연구와 종 보존의 역할이 크지만 도시 한가운데 위치한 서울식물원은 식물을 매개로 시민과 소통하고 교육하는 역할이 큼. 그렇기 때문에 서울식물원은 태생적으로 시민 교육에 큰 가치를 두고 있음. 그동안 식물원 대부분이 교외에 집중되어 있어 교육의 연속성이 보장되기 어려웠지만 서울식물원은 평생 교육 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기에 최적의 요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시민에게 식물을 교육하고 ‘식물’을 하나의 문화 즐길 수 있도록 저변을 넓혀 주는 것이 서울식물원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꼭 즐겨보라’고 권장하고 싶은 시설이나 콘텐츠는?
역시 서울식물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설은 식물문화센터-온실입니다. 서울식물원의 랜드마크인 ‘온실’은 직경 100m, 아파트 8층 높이로 세계 최초 접시형 온실(일반적인 온실은 ‘돔’형태)입니다. 지붕은 영국 에덴프로젝트(Eden Project) 온실에 사용된 ETFE(비닐과 유사한 신소재)이 사용되었으며, 총 3,191장의 삼각형 삼중 유리창으로 구성된 특이한 구조물이며 1,300여 종의 세계 식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온실에서는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볼 수 없는 식물들이 전시되어 있음. 대표적으로 어린왕자에 등장해 유명해진 바오밥나무가 두 그루가 있으며 아프리카물병나무, 올리브나무, 빅토리아수련, 망고, 파파야, 폭탄수, 인도보리수 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식물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수도권 유일한 장소이기도 한 온실은 아이들에게 단순히 식물을 보여주는 곳이 아니라 인간의 필요에 의해 사라져 가는 식물, 보존해야 하는 식물에 대해 배우고 생물종다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게끔 교육하고 공감하는 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온실의 운영시간은 09:30~18:00 까지 이지만 곧 야간개장을 준비하고 있어 온실에 조성된 형형색색의 경관조명과 함께 온실 내의 식물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의 시울식물원 운영과 향후 과제는?
2028년까지 보유식물 8천 종, 국내 최고 식물원으로서 위상을 공고히 한다는 장기적인 목표 과제는 주어져 있고, 지금 현재 약 4,100여종의 식물을 확보하여 목표를 달성해나가고 있습니다. 식물원으로서 위상과 역할을 다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심도 깊게 고민하고 프랜즈(친구) 그룹, 멤버십(회원제) 등도 짜임새 있게 정리해 시범단계부터 천천히 가동할 수 있도록 추진해 볼 생각입니다. 식물원에서 식물연구에 대한 기능은 어느 정도 확보가 되었다고 생각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물원의 본래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에 하나인 점을 생각해 보았을 때는 연구부지에 대한 확충이나 연구인력 확보, 장비 등 넘어야할 산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산림청 산하 국공립수목원의 관계자 및 실무자들과 연계·협력방안의 모색하고, 실질적인 역할 분담 방안을 협의하여 좀 더 발전적 노력을 해나갈 필요성을 깊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공원과 서울식물원의 차이점?
국문은 ‘서울식물원’이지만 영문 명칭은 ‘서울 보타닉 파크(Seoul Botanic Park)’. 말 그대로 식물원인 ‘보타닉가든(Botanic Garden)’과 공원 ‘파크(Park)’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개념입니다. 넓은 잔디밭이 펼쳐진 열린 숲, 호수를 따라 산책을 즐길 수 있는 호수원, 내년 5월 개방할 예정인 습지원은 ‘공원 공간’으로, 언제든지 찾아오셔서 휴식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온실과 야외 정원이 있는 주제원은 ‘식물원 구간’으로 국내․외 다양한 식물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공간이 조성되어 있다는 점이 일반적인 공원과 가장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식물원이 생기기 전을 생각해 보면 식물원, 수목원은 모두 교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휴가를 내지 않으면 평일에 방문하기 어렵고 승용차나 시외버스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찾아가기가 쉽지 않은 이벤트성 방문지 또는 휴양지 성격입니다. 서울식물원은 도시철도를 이용해 언제든지 쉽게 방문할 수 있고(9호선/공항철도 마곡나루역 연결), 생활권 안에 위치해 주민들은 일상생활에서 상시 방문 및 이용하고 있습니다. 도시형 식물원은 도시 가운데 위치해 식물문화 확산, 가드닝·식물 교육 등의 미션을 가지고 도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새로운 개념의 식물원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개원한 국립세종수목원, 내년 개원을 준비하고 있는 수원수목원 등도 도시형 식물원입니다.
-해외 식물원과도 협력 및 교류는?
2019년 5월 개원했지만 실제로는 그 이전부터 식물원을 운영해 나갈 조직을 꾸리고 국내․외 수목원, 식물원과 식물 수집, 보전을 위해 꾸준한 교류를 해왔습니다. 국제적 무상 자율 교환방식의 ‘인덱스세미넘’을 통해 국내·외 식물원, 수목원, 연구기관 등과 교류, 다양한 식물유전자원 수집하였습니다. 스페인, 체코, 핀란드, 루마니아, 독일, 미국 등 종 6개국 11개 기관과 약 400여종의 종자교류를 진행하였습니다. 국내에서는 최근에 종자 500종을 시드볼트에 기탁하고, 협력전시(씨앗, 아름다움에 반하다)를 진행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도 2019년 업무협약을 맺고 교류하는 기관 중의 하나입니다. 전라남도농업기술원수국 기증 및 품종 전시, 고양어린이박물관과는 놀이 형 체험전시 ‘신나는 하루’ 협력전을 여는 등 국내․외 여러 기관과 활발히 교류 중입니다.
-원장님이 그동안 하신일을 소개한다면?
서울식물원은 결국 방문해주신 시민들이 즐겁게 이용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며, 철저한 식물관리를 통해 볼거리를 제공하고, 다양한 전시 및 체험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즐길 거리를 제공하여 항상 방문이 즐거운 서울식물원이 되고자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야외 공간 그늘확보에 대한 부분은 현재 시민들이 가장 많이 제기하고 있는 민원 중에 하나입니다. 따라서 그늘 목에 대한 추가 식재 부분을 예산 확보를 통해 진행 중이며, 구조물이나 설치물을 통해 시민이 가장 원하는 부분을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울식물원에서는 개방하기 전인 2016년부터 매년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였고, 작년 2021년에 제 6회 서울식물원 국제심포지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였음. 올해도 마찬가지로 2022년 국제심포지엄 개최를 통해 국제 네트워크 형성에 대한 방안을 확대하고, 세계적인 식물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현재는 코로나19의 종식 단계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2년여 동안 시민과 직접 접촉하고 맞닿아 추진코자 하는 많은 일들을 제한되게 운영해온 것은 사실입니다. 작년 1월부터의 재임기간동안 식물원의 기능 확장적인 측면보다는 지금 서울식물원이 가지고 있는 역할에 대한 내실화를 다지고자 노력하였습니다. 내부적 조직측면에서는 지난 시간동안 서울식물원 조직이 해 온 성과를 보면서 적은 인력으로 운영을 하는 어려움을 딛고 자리매김을 위해 조직이 하나가 되어 열정적으로 노력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재임기간 중 꼭 하시고 싶은 일. 올해 운영 전략은?
연간회원권 도입 및 프렌즈그룹 형성을 시도하고 있음. 아직 주기, 가격대 등 운영방식은 사례분석 등을 통해 조심스럽게 결정해 나가야 할 사안이라 조금 더 구체화한 뒤에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회원권 도입은 식물과 식물원의 가치를 느끼는 시민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 중에 하나입니다. 이미 서울식물원 팬 층을 중심으로 회원권을 도입해 달라는 요구가 있는 상황으로 주변기업 직원이나 주민, 식물을 공부하는 학생 등 수시로 와서 식물을 관찰하고 영감을 얻고 치유를 받고 그런 활동을 지속하기를 원하는 분들의 회원권 도입 요구는 꾸준히 있었습니다. 회원은 서울식물원에 애정을 가진, 우리의 가치에 공감하는 그룹이므로 식물원을 운영해 나가는데 가장 큰 지원군이 될 수 있는 프랜즈그룹이 될 것입니다. 나아가 미래세대를 위해 식물원 기능과 역할, 존재가 꼭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기후변화,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식물보전이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그룹을 만드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한정훈 서울식물원장은,
1966년 출생. 서울시립대 환경공예학과 졸업. 동대학원 조경학 석사. 서울시 푸른 도시국 조경과. 강남구청 녹지공원과장. 서울시 푸른 도시국 공원녹지정책과.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장. 현 서울시 서울식물원장.
[창간기념인터뷰] 한정훈 서울식물원장 ˝서울시민 삶에 안식과 위로를 건네는 서울식물원˝ - 국토저널 (kooktojournal.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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