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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인터뷰] 안종주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노동자의 안전이 곧 국민의 안전”

산재 취약사업장에 환기장치 등 작업환경 개선에 대한 지원 <br>50명~300명 미만의 중소 제조업 사업장, 고위험업종인 건설업, 화학업종 등 컨설팅 제공 

 

 


비용과 공사 기간을 줄이기 위해 안전수칙이나 안전 매뉴얼을 무시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직업성 질병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인력 및 예산 대폭 지원 필요

 

안전보건공단은 1987년 근로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사업주가 재해 예방에 힘쓰게 하여 국민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 후 우리나라 안전보건의 기틀을 다지고 안전보건 서비스 확대를 위한 노력으로 산업현장 전반에 안전의식을 확대 시키는데 기여했다. 근로자가 안전하지 못하면 그 가족뿐만 아니라 경영주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시대적 공론화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법 제도를 통해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합의를 했다. 안전보건공단은 정부 부처, 국회, 언론, 시민사회, 노사단체, 산업안전보건 전문가 등과 촘촘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매끄럽게 소통하여 2025년까지 산재예방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본지는 창간기념 특집으로 신임 안종주 이사장을 만나 안전보건공단의 과거와 현재, 미래비전에 대해 들어 본다.

 

 

지난 1월 취임하시고 2개월여가 지났는데요. 취임 이후 계속해서 발생한 대형사고들 때문에 바쁘셨을 텐데요. 취임 이후 소감을 간단히 말씀해 주신다면?

 

- 취임 바로 다음 날 광주광역시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에서 6명의 노동자가 숨지는 대형 붕괴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틀 만이자 설 연휴 첫날에는, 경기도 양주시 채석장 토사 붕괴로 3명의 노동자가 숨지는 중대재해가 발생해서, 긴급히 사고현장을 찾아 “산업재해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응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승강기 추락사고, 화학 공장 폭발사고, 그리고 창원·김해 등지에서 발생한 유독성 세척액 집단 급성중독 등에 대한 사고현장 조사와 사고수습 등으로 단 하루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이들 중대재해들은 공단에서 산재예방의 첫발을 내 딛는 저에게 정신을 바짝 차려 일하라는 죽비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사장님은 서울대 산업보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신 산업안전보건 전문가이자, 중앙일간지 과학의학 및 환경보건 전문기자로도 활약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경험담이 있으시다면?

 

-1988년에는 제가 <한겨레신문> 기자였는데, 원진레이온 이황화탄소 중독 피해에 대한 특종 보도로 직업병의 위험성을 세상에 처음 알린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원진레이온 퇴사 노동자 가운데 건강 피해를 호소하는 전화가 같은 부서 동료에게 걸려왔는데 우연히 그 내용을 듣고서 대학원 수업 때 배운 내용이 떠올라 취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금 당시를 떠올려 보면 우연과 필연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저로 하여금 대한민국 직업병의 상징이자 사망 등 피해 노동자가 1천명 가까이 되는 최대 참사를 세상에 알리라는 계시였고 저는 언론인으로서 그것을 충실히 실행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후에도 석면 질환과 직업성 암, 화학물질 중독 등의 심각성과 위험성에 대해 탐사보도, 기획 보도 등을 통해 줄기차게 사회에 경고해 왔습니다. 산업현장에서 이와 같은 유형의 직업병들이 핵심 의제가 되고 있는 것을 볼 때 당시 저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람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최근 경남 지역에서 직업성 질병이 대거 발생해 문제가 되었습니다. 구조적인 화학물질 부실 관리 문제에 대한 개인적 견해는 어떠시며, 공단은 화학물질에 대한 직업병 예방 관리 선진화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 보시는지요? 

 

-경남 지역 유독성 세척액 집단 직업병 사건은 사업장에 환기장치를 아예 설치하지 않거나 별 효과 없는 장치 하에 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을 하도록 만들어 벌어진 사건입니다. 아주 작은 비용, 즉 매출액의 0.01%만 투자해도 막을 수 있는 것을 외면해 벌어진 후진적 직업병 사건입니다. 더 어처구니없는 일은 사업주가 코로나 대유행 상황임에도 작은 비용을 아끼려고 개인별 방독마스크를 지급하지 않고 마스크 한두 개로 서로 돌려가며 착용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공단에서는 유해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에 대하여 사업장에서 어떤 유해물질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환기장치와 보호구 등 적절한 예방 조치를 하는지 노동자 교육을 제대로 하는지를 파악하는 한편, 유해요인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하고, 산재 취약사업장에 환기장치 등 작업환경 개선에 대한 지원 등을 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대형사고들은 후진적인 산재사고 들인데요. 산업현장에 이러한 사고들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산업재해는 특별한 일터에서, 특별한 일을 하는, 특별한 노동자에게서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산재와 같은 안 좋은 일이 우리 일터와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산재는 불가피하다는 인식은 재해가 반복해서 발생하는 주요 이유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늘 어디서나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인식하에 사업주는 내 자식이나 자신이 일터에서 일한다는 생각을 하고, 안전장치와 안전보건체계를 갖추는데 비용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사업주든, 노동자든 사전 안전 확보 없이는 일을 시키지도, 일을 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원칙이 모든 일터에서 적용되어야 합니다. 시키니까 일하고 비용과 공사 기간을 줄이기 위해 안전수칙이나 안전 매뉴얼을 무시하는 전근대적 관행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1월부터 시행 중입니다. 법 제정으로 산업현장이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시는지요.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현장의 안전망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법입니다. 법 시행에 따라, 일터의 안전보건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일부 기업에서는 안전보건에 대한 인력과 예산을 크게 늘리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여전히 후진적 산업재해가 예전에 비해 크게 다를 바 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이 안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노동자 생명보호에 힘쓰는 등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에 잘 정착되도록 노력한다면 그동안의 산업재해 후진국의 오명을 벗고, 일터의 안전보건 선진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이나 공사규모 50억원 이상의 건설현장은 아직도 중대재해처벌법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렵고 잘 모르겠다는 의견이 있는데요? 공단에서는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계신가요?

 

-공단은 사업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 ‘중대재해처벌법 바로알기’ 사이트를 구축하고, 관련 ‘안내서’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가이드 북’, ‘중대법 해설 영상 교안’을 제공하여 사업장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인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사업장에는 ‘현장 컨설팅’을 지원합니다. 상시근로자 50명~300명 미만의 중소 제조업 사업장 2,240개소와 고위험업종인 건설업 326개소, 화학업종 1천개 사업장에 컨설팅을 수행합니다.

 

공단은 사망사고 감축을 위하여 현장을 불시에 점검하는 패트롤사을 추진해 왔습니다. 올해 패트롤 사업은 어떻게 추진하실 계획이신지? 이외에도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무엇인가요? 

 

- 올해 패트롤 사업은, 건설업은 공사규모 50억원 미만의 현장을 세분화하여 추락 등 고위험 현장과 사망사고 다발 공사현장에 대한 순찰 점검을 강화하고, 제조업은 크레인, 컨베이어, 로봇, 사출기, 리프트 등 제조업 끼임사고 5대 위험기계를 보유사업장 중심으로 패트롤을 실시하고, 추락 위험 등 점검 요인도 확대합니다.이밖에도 빅데이터 기반으로 최근 5년간 사고사망 다발 밀집지역을 ‘레드 존(Red Zone)’으로 선정하여 현장점검을 고도화할 방침입니다. 한편, 최근 유독성 세척액 트리클로로메탄 급성 중독사고와 같은 산업보건 분야에 대한 공단의 관리 기능도 강화할 것입니다. 전국 6개 광역시와 경기도 지역 일선기관에 산업보건센터 조직을 신설하여 지역 내 직업병 감시체계를 운영하고 산업보건 이슈 등에 신속히 대응토록 하였습니다. 또한, 고독성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직업병 모니터링 등 집중적인 예방활동도 수행할 계획입니다.

 

산업안전보건과 관련해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새로운 정부에서는 산업안전뿐만 아니라 산업 보건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이를 균형 있게 추진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산재 사고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직업성 질병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인력과 예산도 함께 대폭 지원되어야 할 것입니다.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 중 질병으로 생명을 잃는 노동자는 사고로 인한 사망자보다 50% 가량 더 많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사고사망자는 828명인데 반해 질병으로 숨진 사람은 424명이 더 많은 1,252명이었습니다. 최근 독성 세척액 트리클로로메탄에 의한 집단 급성 중독사건이나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온 급식실 조리사 폐암 발생을 비롯한 직업성 암 문제 등은 이러한 상황을 잘 말해줍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재예방의 실질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새로운 정부에서도 산재사고사망 감소와 함께 직업병 예방 등 산업보건 분야에 대해서도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사장님의 안전철학 또는 일터 안전을 위한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산업재해는 일터와 우리 사회의 노력 정도에 따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설마 사고가 나겠어?’ 라는 안일함과, 안전수칙과 안전매뉴얼을 무시하는 관행, 이익을 우선시 하는 잘못된 기업문화 등이 지속된다면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잘못된 관행과 인식이 하루 빨리 바뀌어야 하며, 안전을 소홀히 하는 문화가 개선될 때 진정한 일터의 안전보건 선진화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사업주는, 안전이 곧 기업의 이익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하며,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일터에서는 단 한 명의 노동자라도 일을 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철학을 지녀야 합니다. 노동자도, 일터의 안전은 보장받아야 할 기본적 권리임을 인식하고,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적극적으로 작업을 멈추거나 작업 중지를 요청하는 등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 합니다. 

 

안종주이사장은.

1957년생으로 서울대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 환경보건학 석사, 산업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은 산업안전보건 전문가로 꼽힌다. 한겨레신문 환경보건 전문기자 출신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기획·건강지원 상임이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지속가능분과위원장 겸 안심사회소분과장, 단국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 교수, 서울시 안전자문단장 등을 지냈다. 임기는 2025년 1월 9일까지 3년이다.

 

[인터뷰] 안종주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노동자의 안전이 곧 국민의 안전” - 국토저널 (kooktojournal.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