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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정부는 언제까지 도시철도 적자 외면하나

한계에 봉착한 ‘시민의 발’  도시철도, 국비 지원 없인 운영 힘들다...승객 3명 중 1명 무임승차

 


철도는 고층 빌딩과 더불어 근대 도시의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1825년 영국 스톡턴~달링턴 철도를 시작으로 첫 상업 영업을 시작한 뒤 자본주의 경제의 핏줄 역할을 하며 인류의 삶 구석구석에 파고들었다. 체코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7번이나 프랑스 화가 클로드 모네의 ‘생라자르역’ 등의 예술 작품에서도 철도가 근대 문명에 남긴 흔적들을 확인할 수 있다. 뒤늦게 근대화에 동참한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도시철도는 1974년 서울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된 이후 한 해 26억 4500만 명을 실어 나르는 서민의 발이 됐다. 1984년부터 정부는 노인복지법과 장애인복지법 등을 근거로 국가유공자와 장애인, 65세 이상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를 단행했다. 도시철도 법정 무임승차는 노인과 장애인, 유공자들의 보편적 이동권을 보장하고, 경제활동 및 여가‧관광 활성화, 건강 증진 등 광범위한 사회적 편익을 유발했다. 그러나 현재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건정성을 위협하는 가장 커다란 장애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 등 13개 광역‧기초자치단체로 구성된 전국 도시철도 운영 지자체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무임 손실 등 정부정책으로 도시철도가 구조적 경영난을 겪고 있다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협의회는 18일 공동건의문을 통해 “노인 인구 급증, 요금동결,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승객 감소 등으로 도시철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도시철도 법정 무임승차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지난해 당기 순손실은 1조6000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며 “서울 등 대부분의 지자체는 2015년 이후 요금을 동결해 수송원가 대비 평균 운임이 평균 30%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민생안정을 위해 적자를 감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승객수가 격감해서 적자폭은 눈덩이로 불어났다. 감염병 확산 기간 동안 승객은 현격히 줄었지만 보건당국의 혼잡도 완화 지침에 따라 전동차 운행간격을 평소와 같이 유지했기 때문이다.

 

고령인구의 가파른 증가에 따라 무임승차가 늘어나면서 전국의 도시철도 공기업들은 공짜손님이 국가적 복지제도에 따른 결과라며 무임승차 손실액만이라도 세금으로 지원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국영인 코레일의 경우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정부에서 매년 무임승차비용을 전액 지원받지만 도시철도에 대한 손실보전은 전무해서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해를 거듭할수록 도시철도의 재투자수요가 점증할 수밖에 없어 적자 폭은 갈수록 확대될 예정이나 요금 현실화는 언감생심이다. 사회적 약자들이 누구 눈치 보지 않고 맘 편히 도시철도를 이용하게 해야 할 것이다.

 

김상호 하남시장은 “하남시민들의 오랜 숙원인 지하철 하남선이 개통돼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으나, 하남선 운영적자는 하남시 재정의 잠재적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며 “이중 무임손실이 적자의 상당을 부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지자체의 재정건전성 확보와 도시철도의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운영을 위해 새 정부에서 무임손실 국비지원에 대한 적극적인 결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한다.

  

◆지하철 무임승차=1982년 전두환 대통령이 대한노인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노인복지법을 제정하면서 버스·지하철 무료가 시행됐다. 96년 1월 노인교통수당이 도입되면서 버스는 폐지됐다. 2009년 기초노령연금이 확대되면서 노인교통수당은 폐지됐지만 지하철 무임승차는 유지돼 왔다.

 

<기자수첩>정부는 언제까지 도시철도 적자 외면하나 - 국토저널 (kooktojournal.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