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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고·칼럼

[기고] 철도전기기술자는 최우량주 상종가 시대

반극동  자람앤수엔지니어링(주)철도사업부분 사장 

 


얼마 전에 필자의 SNS에 이런 글을 올린 적이 있다. <퇴직 후 인생 2막에 바라는 순위다. ⑩명함이 있다. ⑨자신이 앉을 책상이 있다. ⑧해야 할 일이 있다. ⑦일이나 봉사하는 곳에서 교통비 정도 보수를 받는다. ⑥1주에 3~4일하며 근무한다. ⑤정규직으로 사무실에 매일 출근한다. ④근로자 평균이상 연봉을 받는다. ③회사에 주요보직을 맡아 업무용 회사카드를 사용한다. ②회사에서 마련해 준 개인사무실에 근무한다. ①자신이 다니는 회사 승용차를 받아 타고 다닌다. 이 보다 더 바라는 것 있나요?> 인생 2막을 시작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어떤 순위에 있는지 맞춰 보면 자신의 상태를 알 수 있다. 퇴직 후 시작하는 인생 2막이 중요한 이유다.

 

5년 전 ‘100세 현역전기인 시대’란 글을 써서 모 신문에 기고 한 적이 있다. 그땐 현역에 근무하면서 퇴직준비를 하는 중으로 미리 전기기술인협회에서 교육을 받을 때였다. 그 후 퇴직을 하고 코레일 자회사에 2년간 더 근무하다가 이제 진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철도전기인들은 요즘 퇴직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관련업체에서  퇴직자가 나오기 무섭게 모셔 가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도 지난 1년 반 동안 관련업체에서 근무를 했고 다시 새로운 업체에 섭외되어 근무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근무할 때 감리단장인 책임감리원으로 있었는데 현장에 배치되고 보니 함께 근무하는 동료 감리원이 필자보다 모두 나이가 많았다. 그 중에 한 명은 작년에 딱 80세여서 깜짝 놀랐었다. 물론 건강했고 감리업무를 수행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철도에서 사무영업직으로 퇴직한 아는 분은 퇴직하자마자 직업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6개월짜리 한국폴리텍대학에 입학하여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였다며 필자에게 자랑을 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물었더니 퇴직 후 직업은 전기가 가장 좋다는 소리를 들었고 실제 주변의 지인들도 많이 봤다는 것이다. 며칠 전에 확인해 보니 그 분은 지금 경력을 쌓기 위해 전기관련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정말 요즘 철도에서 전기직으로 퇴직한 사람은 주식으로 치면 최우량주이고 상종가다. 신규 철도사업이 많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있지만 열차운전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는 LTE-R사업과 고속철도가 운행한지 20년이 되었고, 수도권 전철 중 과천, 분당, 일산선도 30년이 넘어 개량사업이 활발한 것도 있다. 이 중에 철도시스템의 신경조직인 전기, 통신, 신호설비 개량이 핵심이다. 이 작업을 퇴직 전기인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꽤 잘나가는 철도신호회사에 근무하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특급기술자 자격소유자 한 명 구할 수 없니? 현장에 배치된 기술자가 입원을 해서 대체해 주어야 하는데 사람을 구할 수 없어" "요새 철도전기기술자 구하기 하늘에 별 따기야, 완전 상종가다" "그냥 너 이리로 와라. 연봉 충분히 협의해 볼께" "그럼 차라리 퇴직 임박한 사람 섭외하는 게 빠를 거야." 그 말을 하고 몇 군데 알아 봤지만 특급자격 기술자 구하긴 정말 힘들었지만 갈 사람도 없었다. 그렇게 수요는 많고 퇴직자는 없으니 귀한 몸이 되는 것이다.

 

퇴직하고 보니 철도전기직을 택한 게 정말 잘 선택한지 알 수 있었다. 요새 보니 현장에 뛰고 있는 80세 

이상 철도전기기술자는 근 50여명이 될듯하다. 전기기술자는 다소 차이는 있지만 철도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도 비슷하다. 내 주변에 봐도 퇴직해서 놀고 있는 사람이 없다. “요즘 철도에서 전기직으로 퇴직한 사람은 집에 누워있던 사람까지 다 나왔다.”란 말이 사실이다. 그냥 놀도록 두지 않고 찾아서 모셔간다. 

 

요즘 우리 집엔 걱정꺼리가 딱 하나 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나이가 들면 독립하고 다시 짝을 찾아 결혼을 해야 하는데 우리 집 둘째 애는 아직 소식이 없다. 좋은 공기업에 다니고 있는데 아내는 요즘 어떻게 하면 짝을 지어 결혼을 시킬 수 있는지 걱정태산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그냥 안정된 공무원이나 공기업에 다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했는데 요즘 조건이 달라졌다. 퇴직해서 안정되게 일하고 있는 필자를 보더니 전기나 토목직종에 근무하는 사람으로 한정해서 찾아야 한다고 한다. 

 

인생 1막에 다닐 땐 대략 비슷하지만 퇴직 후 2막을 하는 사람들은 그 차이가 너무나 다르단 것을 직접 본 것이다. 필자는 지금 옮긴 이 회사에서 딱 10년만 더 근무하고 싶은데 그땐 70대 초반인데 진짜 퇴직을 할 수 있을까? 그 즐거운 비명이 나의 제일 큰 걱정꺼리다. 

 

반극동 자람앤수엔지니어링(주)철도사업부분 사장은 1960년생으로 경상북도와 강원도의 경계인 매봉산(응봉산줄기) 쇠치봉(시치봉) 아래 깡촌(울진) 사계에서 3남 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울진고등학교를 나와 한국철도대학, 관동대학교, 고려대 대학원을 졸업했고,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정보통신방송정책과정과 서울과학기술대 철도 전문대학원박사과정 수료했다. 1982년부터 철도공무원을 시작으로 2005년 철도공사로 변경35년을 철도 한길을 걸었다. 주로 전기 분야에 근무했고 절반을 본사에서 근무했다. 철도 교육원 교수, 홍보실 언론홍보팀장을 했고 한국철도대학과 국제대학에서 강의도 했다. 2010년 이후 지역본부 전기처장으로 근무했고. 2021년 9월 자람앤수엔지니어링(주)철도사업부분 사장으로 근무 중이다. 2009년, 2010년에 에세이 2권을 냈으며 철도신문, 전기신문 등에 고정기고 활동을 했다.

 

[기고] 철도전기기술자는 최우량주 상종가 시대 - 국토저널 (kooktojournal.news)